한국투자공사 13F: 엔비디아·애플 다 줄이고 ETF만 늘렸다 (2026년 2분기)
목차
2026년 2분기 KIC 포트폴리오, 세 줄 요약
한국의 국부펀드 한국투자공사(KIC)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026년 6월 30일 기준 13F가 공개됐다. 직전 분기(2026-03-31) 대비 변화를 보면 방향성이 꽤 선명하다.
- 미국주식 평가액 약 527억 달러(원화 약 73조 원), 보유 종목 654개
- 상위 10종목 중 1위 ISHARES TR(아이셰어즈 ETF)만 비중확대, 나머지 9개 개별주는 전부 비중축소
- 그런데도 대부분 종목의 평가액은 오히려 증가 — 주가 상승이 매도 물량을 압도했다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다. “차익은 실현했지만, 시장에서 발을 빼지는 않았다.”
상위 10종목 전체 현황
비중에 총 평가액(527억 달러)을 곱해 추정 평가액을 함께 표시했다.
| 순위 | 종목 | 비중 | 추정 평가액 | 방향 | 평가액 증감 |
|---|---|---|---|---|---|
| 1 | ISHARES TR (아이셰어즈 ETF) | 6.77% | 약 35.7억 달러 | 비중확대 | +25.2% |
| 2 | 엔비디아 (NVDA) | 6.25% | 약 32.9억 달러 | 비중축소 | +4.0% |
| 3 | 애플 (AAPL) | 5.69% | 약 30.0억 달러 | 비중축소 | +9.8% |
| 4 | 알파벳 (GOOGL) | 5.02% | 약 26.5억 달러 | 비중축소 | +16.6% |
| 5 | 마이크로소프트 (MSFT) | 3.56% | 약 18.8억 달러 | 비중축소 | -2.5% |
| 6 | 아마존 (AMZN) | 3.16% | 약 16.7억 달러 | 비중축소 | +9.6% |
| 7 | 브로드컴 (AVGO) | 2.30% | 약 12.1억 달러 | 비중축소 | +18.7% |
| 8 | 마이크론 (MU) | 1.80% | 약 9.5억 달러 | 비중축소 | +229.1% |
| 9 | 메타 플랫폼스 (META) | 1.68% | 약 8.9억 달러 | 비중축소 | -4.3% |
| 10 | 테슬라 (TSLA) | 1.59% | 약 8.4억 달러 | 비중축소 | +7.2% |
상위 10종목 합산 비중은 약 37.8%(약 199억 달러). 바꿔 말하면 나머지 644개 종목이 전체의 약 62%를 차지한다. 개별 종목 베팅보다 광범위한 분산이 기본 골격이라는 뜻이다.
① 개별주는 줄이고 ETF는 늘렸다 — 가장 중요한 시그널
이번 분기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1위 자리를 지킨 ISHARES TR의 비중확대다. 개별 종목 9개를 전부 덜어내는 동안, ETF 익스포저만 늘렸고 평가액도 +25.2%로 상위 10종목 중 두 번째로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이 조합이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특정 기업의 실적을 맞히는 게임”에서 “시장 전체에 남아 있는 게임”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는 것이다. 개별 종목 비중을 줄이면 종목별 고유 위험(earnings miss, 규제, 경영 이슈)은 줄지만, 상승장에서 소외될 위험이 생긴다. ETF로 그 빈자리를 채우면 시장 수익률은 그대로 따라가면서 개별 리스크만 걷어낼 수 있다.
국부펀드는 절대수익을 좇는 헤지펀드가 아니다. 수십 년 단위의 국가 자산을 지키는 기관이고, 밸류에이션이 부담스러운 국면에서 개별 베팅을 줄이고 지수로 회귀하는 것은 교과서적인 방어 동작이다.
② 마이크론 +229%의 진짜 의미
표에서 가장 튀는 숫자는 마이크론이다. 비중은 축소인데 평가액은 +229.1%, 즉 3.3배가 됐다.
모순처럼 보이지만 계산해보면 자연스럽다. 13F의 ‘비중축소’는 통상 보유 주식 수를 줄였다는 뜻이고, 평가액은 주식 수 × 주가다. 주식 수를 줄였는데도 평가액이 3.3배가 됐다면, 그 사이 주가 상승폭이 매도 물량을 압도적으로 뛰어넘었다는 뜻이다.
즉 KIC는 마이크론에서 일부 차익을 실현하면서도 대부분의 포지션은 그대로 들고 상승을 누렸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사이클에서 메모리 반도체가 재평가받는 흐름을 정면으로 탄 셈이다. 상위 10위권에 마이크론이 이름을 올린 것 자체가 그 결과다.
다만 반대 해석도 가능하다. 3배 오른 자산의 비중을 줄였다는 건, 메모리 사이클의 피크를 의식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메모리는 역사적으로 가장 변동성이 큰 섹터다.
③ 빅테크 내부의 온도차 — 같은 ‘축소’가 아니다
9개 종목이 모두 ‘비중축소’로 표기됐지만, 평가액 증감을 보면 성격이 완전히 갈린다.
평가액이 늘어난 그룹(브로드컴 +18.7%, 알파벳 +16.6%, 애플 +9.8%, 아마존 +9.6%, 테슬라 +7.2%, 엔비디아 +4.0%)은 주가가 매도를 상쇄한 경우다. 실질적으로는 익스포저가 유지되거나 커진 상태에 가깝다. 특히 브로드컴과 알파벳은 AI 인프라·맞춤형 칩 수요의 수혜를 그대로 반영했다.
평가액까지 줄어든 그룹은 마이크로소프트(-2.5%)와 메타(-4.3%) 단 둘뿐이다. 이 둘은 매도 규모가 주가 흐름을 넘어섰다는 뜻으로, 상위 10종목 중 가장 실질적으로 줄인 포지션으로 읽힌다. 두 회사 모두 AI 인프라에 막대한 자본지출(CapEx)을 쏟아붓고 있어, ‘투자 규모 대비 회수 시점’에 대한 시장의 의문이 커지던 구간이었다는 점을 함께 놓고 볼 필요가 있다.
엔비디아는 흥미로운 중간지대다. 비중 6.25%로 여전히 개별 종목 1위이지만, 평가액 증가율은 +4.0%로 상위권에서 가장 낮은 축이다. 1등 자리는 지키되, 추가로 얹지는 않았다는 신호다.
④ 654개 종목, 527억 달러 — 국부펀드형 분산의 실체
654개 종목에 527억 달러. 단순 평균으로 종목당 8천만 달러 수준이다. 상위 10종목이 37.8%를 차지하고 나머지 644개가 62%를 나눠 갖는 구조는, 핵심 대형주로 코어를 만들고 나머지는 폭넓게 분산하는 전형적인 국부펀드 설계다.
여기에 1위가 개별 기업이 아니라 ETF라는 점을 겹쳐 보면, KIC의 미국주식 운용은 인덱스에 ���까운 코어 + 빅테크 오버웨이트의 조합에 가깝다. 이번 분기는 그 오버웨이트를 조금씩 덜어내며 코어 쪽으로 무게를 옮긴 분기로 정리할 수 있다.
리스크와 관전 포인트
1) AI 집중도 리스크. 상위 10종목 중 엔비디아·브로드컴·마이크론은 반도체, 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메타는 AI 인프라 투자 주체다. 사실상 상위 비중의 상당 부분이 하나의 테마에 연결돼 있다. ETF 확대는 이 집중도를 희석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2) 차익 실현 이후의 재진입 여부. 9개 종목을 동시에 줄인 뒤 다음 분기에 다시 담는지, 아니면 ETF 비중을 더 키우는지가 KIC의 시각을 보여줄 것이다.
3) 마이크론의 사이클. 3.3배가 된 자산의 비중을 줄이기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가, 메모리 사이클에 대한 기관의 판단을 읽는 단서다.
4) 마이크로소프트·메타의 향방. 유일하게 평가액까지 줄어든 두 종목이 다음 분기에도 감소세를 이어가면, ‘AI CapEx 회수’에 대한 회의가 굳어지고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반드시 알아둘 것 — 13F는 ‘과거의 사진’이다
13F는 분기 종료 후 최대 45일까지 지연 공시된다. 이 글의 기준일은 2026년 6월 30일이고, 공시가 나온 시점에는 이미 시장이 상당히 움직인 뒤다. 지금 KIC가 이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들고 있다는 보장은 없다.
또한 13F에는 미국 상장 주식과 일부 ETF·옵션만 담긴다. 채권, 부동산, 사모투자, 비미국 주식은 빠져 있으므로 이 527억 달러는 KIC 전체 자산의 일부일 뿐이다. 13F는 방향을 읽는 나침반이지, 실시간 지도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