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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우주에서도 2028년은 없다 — 핵융합 142억 달러가 못 산 두 가지

목차

지난 9월 8일, 보스턴에서 열린 한 핵융합 콘퍼런스 무대에서 헬리온 에너지의 공공정책 디렉터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2028년에 50메가와트가 완전 가동에 도달하는 일은 어떤 우주에서도 없습니다(in no universe).”

헬리온은 2023년 마이크로소프트와 2028년 50MW 전력공급 계약을 맺은 회사입니다. 그 계약에는 미인도 시 위약금 조항까지 있다고 양측이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회사 임원이 공개석상에서 스스로 그 날짜를 부정했습니다.

이 한 문장이 2026년 핵융합 산업의 현주소입니다. 돈은 사상 최대로 몰렸는데, 시간표는 조용히 뒤로 밀리고 있습니다.

142억 달러, 그리고 매출 0원

핵융합산업협회(FIA)의 2026년 집계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유입된 자금은 44억 8,000만 달러로 연간 기준 사상 최대입니다. 누적으로는 142억 4,000만 달러, 기업 수는 56개, 고용은 1만 6,000명입니다.

이 중 전기를 팔아본 회사는 한 곳도 없습니다. 산업 전체의 상업 매출은 여전히 0입니다.

그럼에도 기업의 71%가 “2030년대 안에 상업 전력을 공급하겠다” 고 답했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이들은 상업화까지 기업당 평균 27억 달러가 더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먼저 짚어야 할 것: 목표가 달성으로 둔갑한다

이 산업의 기사를 읽을 때 반드시 구분해야 할 게 있습니다. 발표된 것과 일어난 것입니다.

  • CFS의 SPARC: 2018년 발표 당시 첫 플라즈마 목표는 2025년이었습니다. 2026년, 다시 2027년으로 두 번 밀렸습니다. 2026년 8월 기준 조립은 약 80%입니다. 그런데 회사 공식 사이트는 여전히 “2027년에 Q>1을 달성하는 최초의 상업적 기기”라고 적고 있습니다. 첫 플라즈마와 순에너지를 같은 해에 하겠다는 뜻입니다.
  • 헬리온: 2026년 2월 Polaris에서 1억 5,000만도와 민간 최초의 측정 가능한 D-T 반응을 달성했습니다. 이건 진짜 성과입니다. 다만 전기 생산은 여기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회사는 Polaris의 목표를 홈페이지에서 ‘net electricity(순 전기)‘에서 “핵융합으로부터 전기를 보여주는 것”으로 슬쩍 바꿨습니다.
  • NIF의 ‘점화’: 최고 기록은 2025년 4월 레이저 2.08MJ를 넣어 8.6MJ를 얻은 이득 4.13입니다. 단 이건 레이저에 들어간 에너지 기준입니다. 시설 전체가 한 발에 끌어쓰는 전력은 300~400MJ이라, 콘센트 기준으로는 여전히 100배 가까운 순손실입니다.
  • Zap Energy: 2026년 4월 CEO를 바꾸면서 핵분열을 사업에 추가했습니다. 이유는 솔직합니다 — 핵융합 발전소의 상업성이 “수년, 아마 10년 이상” 남았는데 AI 데이터센터는 지금 전기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 제너럴퓨전: 2025년 자금 유치에 실패해 인력 4분의 1을 감원했고, 2026년 7월 SPAC 합병으로 나스닥(GFUZ)에 상장해 현금 1억 5,000만 달러를 확보했습니다. 최초의 순수 핵융합 상장사인데, 9월 14일 종가 8.12달러·시가총액 5억 1,600만 달러이고 매출은 없습니다.

즉 2026년 핵융합의 현금줄은 기술 진척보다 자본시장 이벤트에 가까워졌습니다.

병목 ① 초전도 테이프 — 지구 전체가 1년 만들어도 한 대분이 안 된다

여기서부터가 이 글의 본론입니다. 핵융합의 진짜 제약은 물리가 아니라 조달입니다.

고자장 토카막은 REBCO라는 고온초전도 테이프로 자석을 감습니다. 숫자를 보겠습니다.

항목수치
SPARC 시험코일 1개에 들어간 테이프270km (20.3테슬라 달성, 2021)
SPARC 1기 전체 소요량약 10,000km
전 세계 연간 생산능력 (12mm폭 환산)약 5,000km (제조사 약 15곳)
상위 4개사 합계3,000km 이상

지구 전체가 1년 내내 만드는 양이 실증로 한 대분의 절반입니다. 여기에 독일 Proxima Fusion 한 곳만 해도 실증기와 상용 1호기를 합쳐 약 6만km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수요 곡선이 공급 곡선을 이미 넘어섰습니다.

가격도 아직 멉니다. 현재 미터당 15~30달러 수준인데, 업계가 말하는 상용화 조건은 킬로암페어·미터당 50달러(단기), 나아가 10~20달러(장기)입니다. 지금보다 한 자릿수 더 내려가야 합니다.

투자 관점에서 냉정한 부분도 있습니다. 순수 플레이는 대부분 비상장입니다(Faraday Factory Japan, MetOx, THEVA). 상장사는 희석이 심합니다 — 후지쿠라는 2026년 3월기 매출이 1조 1,824억 엔인데 초전도는 별도 공시조차 없고, 실적을 끌어올린 건 AI 데이터센터용 광통신(6,530억 엔)이었습니다. AMSC도 보고 세그먼트가 Grid와 Wind 둘뿐이고 핵융합 세그먼트는 없습니다.

병목 ② 삼중수소 — “무한한 연료”라는 말의 진실

“핵융합은 바닷물에서 연료를 얻으니 무한하다”는 설명은 중수소에만 해당합니다. 실제 반응에 함께 필요한 삼중수소는 사정이 정반대입니다.

  • 세계 민간 재고 추정치: 20~30kg. 공개 시장이 없어 정확한 집계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 사실상 유일한 상업 공급원: 캐나다 온타리오파워제너레이션의 중수로 시설. 실제 상업 판매량은 연 100g 안팎입니다.
  • 가격: g당 2만 5,000~3만 달러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 그리고 반감기가 12.3년이라 보관만 해도 재고가 매년 약 5.5%씩 사라집니다. 비축 전략이 원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 ‘녹는 자산’입니다.

반면 1GW급 상업로 1기는 연간 55kg 이상을 태웁니다. 세계 재고 전량으로도 발전소 한 기를 반년 돌리지 못합니다.

그래서 모든 설계는 “발전소가 리튬6 블랭킷으로 자기 연료를 스스로 만든다”는 전제 위에 서 있습니다. 문제는 이것입니다.

증식률(TBR)이 1을 넘는다는 것은 지금까지 어떤 핵융합 장치에서도 실증된 적이 없습니다. ITER 공식 문서 자체가 “ITER가 삼중수소 자급 개념을 시험하는 최초의 장치가 될 것”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실제로 측정된 최고 기록은 MIT의 BABY 실험이 얻은 3.57×10⁻⁴ 입니다. 상업로 요구치보다 네 자릿수 낮습니다. 토카막에서의 첫 시험인 ITER TBM은 2035년 설치, 2039년 DT 운전 일정입니다. 그마저 만들어낼 양은 하루 20mg 수준이고, 상업로가 필요로 하는 건 GW당 하루 150g입니다.

병목 뒤에 또 병목이 있습니다. 블랭킷에 쓸 리튬6는 천연 존재비가 7.4%라 30~90%로 농축해야 하는데, 서방의 상업 생산은 사실상 0입니다. 미국의 COLEX 공정은 수은 오염으로 1963년에 멈췄고, 현재 이 공정을 돌리는 나라는 중국·러시아·북한뿐입니다. 그 수은 공정 자체가 미나마타 협약 규제 대상입니다.

FIA의 2026년 공급망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48%가 ‘연료주기’를 미래 최대 제약으로 꼽았습니다. 업계가 스스로 알고 있다는 뜻입니다.

돈은 어디로 갔나

자금은 소수에 극단적으로 쏠려 있습니다. CFS가 2026년 7월 10억 달러를 추가로 받아 누적 40억 달러가 됐는데, 이는 업계 전체 자본의 약 30%입니다. 헬리온은 6월에 4억 6,500만 달러를 기업가치 155억 달러로 조달했습니다.

계약도 화려합니다. 구글이 CFS의 첫 ARC 발전소에서 200MW를, Eni가 10억 달러 이상을 선구매했습니다. 400MW 발전소의 절반 이상이 이미 팔린 셈입니다.

다만 구글 계약은 명시적으로 ‘SPARC의 순에너지 달성’에 연동된 조건부이고, 셋 다 아직 짓지도 않은 발전소를 대상으로 합니다. 실제로 흐른 전기는 0킬로와트시입니다.

제3자의 시선은 더 차갑습니다. 우드맥킨지는 전력 수급 기본 전망에 핵융합 기여를 아예 넣지 않았다고 명시했습니다. ITER 과학부문장은 “장치 가동부터 최고 성능까지 역사적으로 10~15년이 걸리는데 기업 일정표엔 그 기간이 빠져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리고 역사도 있습니다. 1976년 미국 ERDA 계획서는 최대 규모로 투자하면 “1993~2000년에 실증로를 가동할 수 있다” 고 적었습니다. 30년 뒤가 아니라, 이미 26년 전에 지나간 약속입니다.

한국 — 장치는 최상위, 매출은 ITER 하도급

KSTAR의 공식 최고 기록은 이온온도 1억도 48초, 고성능 운전 102초로 2024년 3월 발표된 것입니다. 2026년 9월까지 새 기록 발표는 없습니다. 정부가 반복해 언급한 ‘1억도 300초’는 아직 목표이지 달성이 아닙니다. KSTAR는 오히려 올 하반기에 내벽을 전면 텅스텐으로 바꾸는 업그레이드에 들어갑니다.

정책은 공격적으로 바뀌었습니다. 2025년 12월 국가핵융합위원회는 전력생산 실증 시점을 2050년대에서 2030년대로 20년 앞당기고 2035년 실증 완료·총 1.5조 원을 의결했습니다. 2026년 핵융합 R&D 예산은 1,124억 원으로 전년 대비 99% 증액됐습니다.

다만 간극이 큽니다. 실증로 본체의 설계기술 개발 예산은 21억 원 수준입니다. 실제로 돈이 도는 곳은 여전히 ITER 조달로, 한국은 2025년까지 223건·1조 173억 원을 수주했습니다.

종목으로 보면 주의가 더 필요합니다. ITER 최대 수주 기업이던 다원시스는 2026년 감사의견 거절로 거래가 정지되고 회생절차에 들어가 사실상 투자 대상에서 탈락했습니다. 초전도 선재의 서남은 흔히 비상장으로 잘못 알려져 있지만 코스닥 상장사이고, 영국 STEP 공급사 패널에 이름을 올린 실체 있는 기업이지만 2025년 매출이 33억 9,000만 원, 영업손실 38억 6,000만 원인 초기 기업입니다.

체크포인트 3개

  1. SPARC 첫 플라즈마가 2027년에 실제로 켜지는가. 그리고 첫 플라즈마와 Q>1이 같은 해에 가능한지. 구글의 200MW 계약이 여기에 걸려 있습니다.
  2. REBCO 테이프 증설이 ‘발표’에서 ‘출하’로 넘어가는가. 후지쿠라의 6~8배 증설, 중국 상하이초전도의 6,000km, MetOx의 노스캐롤라이나 공장은 모두 아직 계획·건설 단계입니다.
  3. TBR 1 이상의 실측 데이터가 나오는가. 영국 LIBRTI 프로그램과 ITER TBM이 관문인데, 후자는 2039년입니다. 이 숫자가 나오기 전까지 ‘2030년대 상업 발전’은 검증된 일정이 아니라 가정입니다.

핵융합은 언젠가 옵니다. 다만 이 산업을 볼 때 확인해야 할 것은 누가 몇 억 달러를 모았는지가 아니라, 초전도 테이프 몇 킬로미터가 실제로 출하됐고 삼중수소 증식률이 몇으로 측정됐는지입니다. 앞의 숫자는 매년 갱신되지만, 뒤의 숫자는 아직 한 번도 1을 넘은 적이 없습니다.

본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데이터 출처

#미래테마#핵융합#초전도#삼중수소#리튬6#KSTAR#커먼웰스퓨전#헬리온#서남#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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