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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가 새로운 석유다 — AI 데이터센터 전력 전쟁과 한국의 변압기 3사

목차

아마존 CEO 앤디 재시는 7월 실적 발표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2026년에도 용량이 부족할 것이고, 2027년에도 그럴 것이다. 2028년 수요는 놀라울 정도다.” 여기서 말하는 ‘용량’은 GPU가 아닙니다. 전기입니다. AI 경쟁의 승자가 오픈AI든 구글이든, 그들이 돌리는 서버는 반드시 전기를 먹습니다. 그리고 지금 전기는 세계에서 가장 구하기 어려운 자원이 되고 있습니다.

숫자로 보는 규모: 1년에 7,250억 달러

빅테크 4사의 2026년 설비투자(capex) 가이던스를 합치면 약 7,250억 달러, 전년 대비 77% 증가입니다. 아마존 2,200억, 알파벳 1,950억~2,050억, 마이크로소프트 1,750억, 메타 1,300억~1,450억 달러. 여기에 오라클(회계연도 2027 총투자 900억~950억 달러), 코어위브(350억~390억 달러), 오픈AI ‘스타게이트’(2029년까지 9GW 이상)가 붙습니다. 그리고 4사 모두 “2027년엔 더 늘린다” 고 예고했습니다.

이 돈이 전기로 환산되면 이렇습니다.

기관전망
미 에너지부(LBNL)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2023년 176TWh(전체 4.4%) → 2028년 325~580TWh(6.7~12%)
IEA전 세계 데이터센터 415TWh(2024) → 945TWh(2030), 2026년 이미 1,000TWh 돌파 가능성
블룸버그NEF (7월)미국 데이터센터 용량 2030년 118GW — 불과 7개월 전 전망보다 52% 상향
NERC향후 10년 미국 여름 피크 +224GW, 1995년 통계 이래 최고 증가율

20년간 제자리였던 미국 전력 소비가 2025년 사상 최고를 찍고, 2026년엔 상업용이 가정용을 처음으로 추월합니다. 원인은 하나, 데이터센터입니다. 서버랙 한 대의 전력도 과거 10kW에서 엔비디아 GB200 랙은 120kW, 2027년 ‘카이버’ 랙은 600kW로 뛰고 있습니다.

병목 ①: 가스터빈 — “지금 주문하면 2031년”

전기를 당장 만들려면 가스발전소가 가장 빠릅니다. 그런데 터빈이 없습니다.

  • GE버노바(GEV) — 가스터빈 계약 물량 116GW(확정 53GW + 유료 슬롯 예약 63GW). 2030년까지 사실상 완판, 현재 2031년 인도분을 받는 중. 2분기 수주 242억 달러(+88%), 연간 잉여현금흐름 가이던스를 65억~75억에서 115억~125억 달러로 올렸습니다.
  • 지멘스에너지(ENR) — 가스 부문 확정 잔고 69GW + 예약 26GW. 수주잔고 1,620억 유로, 가스 부문 수주/매출 비율 2.7배.
  • 미쓰비시중공업(7011) — 대형 터빈 잔고 35GW(1년 전 23GW), 인도 시점 2028~2030년.

대형 H급 터빈 시장은 이 3사가 사실상 전부입니다. 리드타임은 5년, 우드맥킨지는 터빈 가격이 2019년 대비 195% 상승할 것으로 봅니다. 2025년 전 세계 가스터빈 발주는 100.3GW로 전년(58.2GW)의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이 틈을 파고든 게 두산에너빌리티(034020) 입니다. 세계 5번째로 자체 개발한 380MW 가스터빈을 올해 2월 미국 빅테크에 2기, 3월엔 미국 데이터센터 개발사에 7기(약 1.2조 원, 2029년 5월부터 인도) 수출했습니다. 누적 미국 수주 12기. 가스터빈은 한 대 팔면 20년 유지보수가 따라오는 사업이라 초기 진입이 중요합니다. 터빈이 없어 발전소를 못 짓는 시장에서 ‘5번째 공급자’의 가치는 평시보다 훨씬 큽니다. 터빈을 기다릴 수 없는 곳은 캐터필러 엔진(수주잔고 720억 달러, 발전기 소매 +72%)과 블룸에너지 연료전지(2분기 매출 +166%, 오라클과 최대 2.8GW 계약)로 몰리고 있습니다.

병목 ②: 변압기 — 리드타임 128주, 가격 +77%

전기를 만들어도 데이터센터까지 보내려면 변압기가 필요합니다. 우드맥킨지 기준 대형 변압기 평균 리드타임은 128주, 발전기용은 144주, 송전급은 3~6년입니다. 가격은 2019년 대비 77% 올랐고, 2025년 공급 부족률은 30%. 미국은 대형 변압기의 80%를 수입에 의존하는데, 핵심 소재인 방향성 전기강판을 만드는 미국 회사는 클리블랜드클리프스 한 곳뿐이고 그마저 수요의 5분의 1만 댑니다.

여기가 한국이 가장 강한 자리입니다.

HD현대일렉트릭효성중공업LS일렉트릭
2Q 영업이익2,870억(+37%)2,643억(+61%, 분기 최대)1,785억(+64%)
영업이익률25.1%15.7%11.3%
수주잔고84.9억 달러(+30%)17.5조 원(+63%)7조 원
미국 비중북미 매출 +70.5%상반기 수주 71%가 미국북미 분기 매출 4,000억(최대)
미국 공장앨라배마(+50% 증설, 2027)멤피스(미국 유일 765kV 공장)텍사스·유타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 100MVA 이상 변압기 점유율 1위이고 빅테크와 최대 1.12조 원 장기공급 계약을 맺었습니다. 효성중공업은 연간 수주 목표를 8.4조에서 12조 원으로 올렸습니다. LS일렉트릭은 한국 기업 최초로 AWS 벤더가 됐고, 8월 24일 북미 테크기업에서 1억 6,570만 달러 추가 수주를 받았습니다.

결정적 변수가 하나 더 붙었습니다. 8월 26일 트럼프 행정명령이 69kV 이상 외국산 전력망 장비(변압기·차단기·ESS)를 국가안보 위협으로 규정했습니다. 사실상 중국산 배제이고, 미국 현지 공장을 가진 한국 3사엔 호재로 해석돼 다음 날 3사 주가가 급등했습니다. 120일 안에 나올 세부 규칙이 관건입니다.

병목 ③: 그 밖의 모든 것

  • 냉각 — 액체냉각은 아직 데이터센터 냉각의 10~15%에 불과해 성장 여지가 큽니다. 버티브(VRT) 2분기 매출 32.7억 달러(+24%), 연간 가이던스 138억~142억 달러. 이튼(ETN)은 데이터센터 매출이 +65%.
  • 구리 — 데이터센터 1MW당 구리 27~33톤. 런던금속거래소 구리는 1월 톤당 14,527달러 사상 최고를 찍었습니다. 국내에선 LS그룹이 5월 미국 클라우드 업체와 4조 원 버스덕트 계약(사상 최대), 대한전선은 수주잔고가 처음 4조 원을 넘었습니다.
  • 송전 건설 — 미국 전력회사 설비투자가 2025년 2,041억 달러로 14년 연속 최고, 2026~30년 누적 1.3조 달러. 퀀타서비스(PWR) 수주잔고 530억 달러.

원전 부활: 빅테크가 직접 발전소를 산다

전력회사만 기다릴 수 없게 된 빅테크는 직접 나섰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스리마일섬 원전을 재가동해(2027년 하반기, 예정보다 1년 앞당김) 835MW를 20년간 씁니다. 아마존은 탈렌의 서스쿼해나 원전에서 최대 1,920MW. 메타는 1월 한 번에 6.6GW 원전 계약(비스트라·테라파워·오클로)을 발표했고, 루이지애나 데이터센터엔 가스발전소 10기, 7.5GW를 짓습니다. 블룸버그NEF 집계로 미국에 발표된 데이터센터 자가 가스발전만 124GW — 원전 100기 분량입니다.

그늘: 전기요금과 정치

돈이 몰리는 곳엔 반작용도 옵니다. 미국 최대 전력망 PJM의 용량 경매 가격은 2년 전 MW-일당 28달러에서 3회 연속 상한(325~333달러) 에 걸렸고, 시장감시기구는 2025/26년 용량 비용 93억 달러 증가의 원인을 데이터센터로 지목했습니다. 미국 가정용 전기요금은 5년간 42% 올랐고, 갤럽 조사에서 미국인 10명 중 7명이 “우리 동네 데이터센터 반대”라고 답했습니다.

정치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8월 3일 텍사스 주지사가 신규 데이터센터 승인을 일시 중단하고 감사에 들어갔습니다(ERCOT 접속 신청 474GW, 피크 수요의 5배). 뉴욕은 최대 1년 모라토리엄, 조지아는 공공서비스위원 전원 낙선. 11월 중간선거에서 ‘전기요금’은 핵심 쟁점입니다. 한국도 다르지 않습니다. 수도권 데이터센터 계통접속 최종 승인율은 1.9%(비수도권 94.2%) — 전기가 없어 서울 근처엔 지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전력망확충특별법(2025년 9월 시행)으로 서해안 HVDC ‘에너지 고속도로’ 8GW를 2030년까지 앞당기고, 지방 데이터센터엔 kWh당 최대 18원을 깎아주기 시작했습니다.

주가는 이미 한 번 꺾였다

이 테마를 지금 처음 보는 분이라면 주가 그래프에 놀랄 겁니다. 국내 전력기기 3사는 5월 7일 고점 이후 40~50% 조정을 받았고(HD현대일렉트릭 142만→71만 원, 효성중공업 460만→277만 원), 오늘(9월 2일)은 미·이란 충돌 재점화와 글로벌 금리 급등으로 코스피가 -3.99% 급락하며 3사 모두 5~8% 빠졌습니다. 미국도 마찬가지로 GE버노바는 6월 고점 대비 22%, 비스트라·컨스텔레이션 등 발전주는 연초 대비 15~30% 하락했습니다.

중요한 건 조정의 성격입니다. 수주잔고·가이던스는 전부 상향 중이고 리드타임은 여전히 3~5년입니다. 즉 지금까지의 하락은 수요 둔화가 아니라 금리·환율·밸류에이션 재조정입니다. 다만 리스크는 분명히 있습니다.

  1. AI 투자 위축 — 마이클 버리는 GPU 감가상각을 5~6년 잡는 하이퍼스케일러가 2026~28년 이익을 1,760억 달러 부풀리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딥시크 쇼크(2025년 1월, 엔비디아 하루 -17%) 때 발전주도 -16% 동반 급락했습니다. capex가 꺾이면 전력주도 같이 꺾입니다.
  2. 공급 과잉 전환 — ABB·지멘스·히타치가 2027년까지 60억 달러 이상 변압기 증설 중이고, 중국 업체의 대북미 주문이 60% 늘었습니다. 배전변압기 소형 시장에선 이미 제룡전기가 역성장(1분기 영업이익 -63%)하는 등 경쟁 심화 신호가 나옵니다. 초고압은 아직 타이트하지만 영원하지 않습니다.
  3. 정치 — 텍사스 승인 중단 같은 조치가 확산되면 데이터센터 건설 자체가 늦어집니다. 블룸버그NEF는 49.8GW가 지연 위험에 있다고 봅니다.

정리: 체크포인트 세 가지

AI 승자가 누구든 전기는 필요합니다. 하지만 ‘전기 관련주’가 다 같은 건 아닙니다. 터빈·초고압 변압기처럼 리드타임이 3년 이상인 병목과, 배전변압기처럼 이미 경쟁이 붙은 곳을 구분해야 합니다.

  1. 12월 — 트럼프 전력망 행정명령 세부 규칙. 중국산 배제 범위와 ‘미국산’ 요건이 한국 3사의 향후 5년을 좌우합니다.
  2. 11월 3일 — 미국 중간선거. 전기요금 민심이 데이터센터 규제로 이어지는지, 텍사스 감사 결과와 함께 봐야 합니다.
  3. 10월 말 — 빅테크 3분기 실적의 2027년 capex 첫 가이던스. “더 늘린다”가 숫자로 확인되면 전력주 조정은 끝나고, 아니면 한 단계 더 내려갑니다.

본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데이터 출처

#미래테마#AI데이터센터#전력#변압기#가스터빈#HD현대일렉트릭#효성중공업#두산에너빌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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