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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은 빠졌는데 주가는 갈렸다 — 비만약 테마 3년의 실제 성적표

목차

3년 전 이 테마가 시작될 때 시장이 그린 그림은 이랬습니다. 비만약이 퍼지면 사람들이 덜 먹으니 식품회사가 무너지고, 살이 빠지니 수면무호흡 기계와 비만수술이 사라지고, 승객이 가벼워지니 항공사가 연료비를 아낀다. 2023년 가을 이 논리 하나로 제과주와 의료기기주가 동시에 주저앉았습니다.

3년이 지났습니다. 약은 예측대로 퍼졌습니다. 그런데 그 예측으로 돈을 번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붕괴론은 어디까지 맞았나

먼저 검산부터 하겠습니다.

식품. 학술 근거는 실제로 존재합니다.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 논문에 따르면 GLP-1을 시작한 가구는 6개월 안에 식료품 지출을 5.3%(고소득 가구 8.2%) 줄였고, 짠 스낵은 10.1%, 외식·커피는 8.0% 줄었습니다. 수요 충격은 진짜였습니다.

그런데 정작 회사들의 공시에는 이 단어가 없습니다. 허쉬·제너럴밀스·크래프트하인즈·몬델리즈·캠벨·시스코의 2024년 이후 SEC 제출서류에서 ‘GLP-1’ 언급 건수는 0건입니다. 펩시코만 위험요인의 소비자 트렌드 나열 문장에 딱 한 번 끼워 넣었습니다. 그리고 월마트는 FY27 2분기 자료에서 GLP-1이 미국 동일점포 매출에 약 +50bp 순풍이었다고 명시했습니다(FY25·FY26에는 약 +100bp). 붕괴가 아니라 약국 매출 기여였고, 그 기여마저 이제 식어가는 중입니다.

의료기기. 반전이 더 극적입니다. CPAP의 레스메드는 FY2026 매출 56억 5,300만 달러(+9.9%), 마스크·소모품은 +13%로 오히려 가속했습니다. 덱스콤(+15.6%)과 인슐렛(+30.7%)도 마찬가지였고, 인슐렛은 아예 10-K에 2023년 주가 하락이 “펀더멘털이 아니라 억측” 때문이었다고 적었습니다. 회사가 직접 시장의 오판을 기록으로 남긴 셈입니다.

그럼 아무 일도 없었나. 아닙니다. 타격은 넓게 퍼진 게 아니라 아주 좁은 곳에 집중됐습니다.

대상실제 결과기준
메디패스트(다이어트 식단)매출 15.99억 → 3.86억 달러(−75.9%)2022 → 2025
미국 비만대사수술230,707건 → 177,789건(−23%)2022 → 2024
Destination XL(빅앤톨 의류)동일점포 −8.4%, GLP-1을 위험요인에 신설FY2025
인스파이어(수면무호흡 임플란트)매출 증가율 +53% → +29% → +14%2023→2025

정리하면 “비만약이 대체하는 것”이 사업의 전부인 회사만 무너졌습니다. 비만을 관리하는 회사(CGM·CPAP 마스크)는 오히려 컸습니다. 3년 전의 실수는 이 둘을 구분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진짜 승부는 테마 안에서 갈렸다

더 중요한 사실은 따로 있습니다. 테마 바깥이 아니라 테마 안에서 승패가 갈렸습니다.

릴리의 2026년 2분기 매출은 230억 달러(+48%), 마운자로와 젭바운드 합산 149억 달러입니다. 연간 가이던스는 2월 800~830억 달러에서 8월 850~870억 달러로 두 번 올렸고, 마진 가이던스까지 49.0~50.5%로 상향했습니다. 가격을 깎으면서 마진 전망을 올린 흔치 않은 조합입니다.

같은 기간 노보는 미국 위고비 주사제 매출이 −22%(CER) 였습니다. 회사는 이유를 “물량은 늘었으나 실현가가 떨어졌다”고 적었습니다. 2026년 조정 가이던스는 두 번 ‘상향’한 뒤에도 0~−6%, 즉 여전히 역성장 구간입니다.

같은 가격 인하가 두 회사에 정반대로 작동했습니다. 릴리는 미국 실현가가 3% 내렸는데 물량이 그 이상 늘어 매출이 폭증했고, 노보는 물량이 늘어도 가격 하락이 이를 삼켰습니다.

주가는 그 차이를 몇 배로 증폭했습니다. 2026년 9월 9일 종가 기준 릴리 시총 1.00조 달러(선행 PER 27.6배), 노보 1,987억 달러(선행 PER 14.7배) 로 5배 차이입니다. 분기 매출 격차는 약 1.9배인데 말입니다. 노보의 연말 기준 시총은 2023년 4,612억 달러에서 2026년 9월 1,969억 달러로 줄었고, 2024년 6월 최고가 대비 약 −69% 입니다.

그리고 이건 아직 청구서의 전부가 아닙니다. 노보는 2027년 1월 1일부터 위고비·오젬픽의 미국 리스트가를 전 용량 675달러로, 각각 약 −50%·−35% 낮춘다고 이미 공시했습니다.

곡괭이도 갈렸다 — 그리고 두 갈래로 나뉜다

이 블로그가 즐겨 쓰는 ‘곡괭이와 삽’ 프레임의 한계도 이번 테마가 보여줍니다. 공급망에 있다고 다 오르지 않았습니다.

  • 폴리펩타이드: 상반기 매출 +41.6%, EBITDA 마진이 1년 전 2.7%에서 20.7% 로 급반전. 그리고 그 회복 직후인 7월 20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총 14.6억 스위스프랑(약 2조 7,000억 원)에 전액 현금 인수를 발표했습니다.
  • 바켐: 상반기 매출이 현지통화 +7.3%에 그쳤고 상업용 API는 −21%. 그런데 연간 가이던스는 +35~40%라, 하반기에만 전년비 60% 넘는 성장이 필요한 하키스틱을 안고 있습니다.
  • 게레스하이머: 회계 조사와 연차보고서 연기로 2026년 2월 11일 하루 −35% 폭락. 같은 테마 안에서 대차대조표와 회계 품질이 생사를 갈랐습니다.

여기에 아직 시장이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분기점이 하나 있습니다. ‘먹는 약으로 바뀌면 주사기가 안 팔린다’는 단순한 그림이 틀렸다는 것입니다.

경구 GLP-1은 두 종류입니다. 노보의 경구 위고비는 여전히 펩타이드이고 생체이용률이 약 1%에 불과합니다. 주사로 1을 넣을 것을 입으로는 100을 넣어야 한다는 뜻이라, 환자당 원료 소요량이 오히려 폭증합니다. 펩타이드 고상합성의 공정질량강도는 API 1kg당 약 13,000kg으로, 저분자(168~308kg)의 40배가 넘습니다. 펜은 줄지만 API는 늘어납니다.

반면 릴리의 파운다요(오포글리프론, 2026년 4월 1일 승인)는 저분자입니다. 펩타이드 원료도, 주사 디바이스도 필요 없습니다.

즉 ‘어느 알약이 이기느냐’가 공급망 종목의 운명을 정반대로 만듭니다. 다만 파운다요의 2분기 매출은 9,800만 달러로 마운자로+젭바운드 합산의 0.7% 수준이라, 잠식을 데이터로 증명하기엔 아직 이릅니다.

특허는 이미 무너졌다 — 단, 매출이 없는 곳에서

2026년은 세마글루타이드가 처음으로 ‘특허 없는 약’이 된 해입니다. 인도·중국 물질특허가 3월 20일 만료됐고, 인도에서는 바로 다음 날 썬파마·닥터레디스·자이더스·알켐·글렌마크가 일제히 출시해 40개 넘는 브랜드가 쏟아졌습니다. 캐나다는 더 황당합니다. 노보가 2019년 연차료 450캐나다달러를 내지 않아 물질특허가 영구 실효됐고, 그 결과 G7 최초로 제네릭이 나왔습니다.

IQVIA에 따르면 2026년에 독점이 풀리는 8개국은 전 세계 비만 성인의 38% 를 차지하고, 70개 넘는 제약사가 허가를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노보는 이 영향을 “글로벌 매출 성장에 낮은 한자릿수 마이너스”라고만 밝혔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돈이 되는 시장은 아직 안 열렸습니다. 미국 물질특허 만료는 2032년, 유럽·일본은 2031년입니다. 릴리의 티르제파타이드는 2036년 1월로 10년이 더 남았습니다.

한국 — 축이 옮겨갔다

국내에서 GLP-1 계열 비만약의 수입·공급 규모는 2024년 1,699억 원에서 2025년 1조 709억 원으로 6.3배 늘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100% 비급여이고, 급여화는 검토 단계입니다.

기업 쪽 중심축은 한미약품으로 옮겨갔습니다. 6월 릴리에 소네페글루타이드를(계약금 7,500만 달러), 8월 24일 제넨텍에 근육 보존형 비만 후보 HM17321을(선급금 1억 9,000만 달러, 총 최대 23억 500만 달러) 기술이전했습니다. 2분기 영업이익은 1,311억 원으로 +116.9%, 2015년 4분기 이후 최대입니다.

반면 기대만으로 오른 종목들은 대가를 치렀습니다. 펩트론이 릴리와 맺은 것은 2024년 10월의 ‘플랫폼 기술 평가 계약’이고, 상업 라이선스 본계약은 2026년 9월 현재까지 체결되지 않았습니다(평가 기한만 10월 7일까지 연장). 7월 대표가 “릴리와의 공동연구에 티르제파타이드는 포함돼 있지 않다”고 말한 뒤 주가는 하한가로 직행했고, 지금은 52주 최고가 대비 60% 넘게 낮습니다.

공급망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폴리펩타이드 인수가 가장 큰 사건입니다. 항체에 이어 펩타이드 CDMO로 직접 들어간 것이고, 국내 제약바이오 최대 규모 M&A입니다.

이 테마의 진짜 리스크는 약효가 아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적게 이야기되는 숫자를 보겠습니다.

사람들이 약을 계속 먹지 않습니다. 비당뇨 비만 코호트에서 1년 시점 유지율은 약 3분의 1이고, 한 대규모 코호트의 2년 중단율은 64.1% 입니다. 그리고 중단하면 되돌아옵니다. 메타분석에 따르면 중단 시점 평균 15.35kg을 뺀 사람이 이후 월 1.04kg씩 회복해 약 15개월이면 원래 체중으로 갑니다.

다만 반대 증거도 있습니다. 미국 의료네트워크 4,182명 분석에서는 마지막 처방 후 6개월간 약 3분의 2가 체중을 유지하거나 더 뺐습니다. 결론이 갈리는 영역이라는 점 자체가 중요합니다.

핵심은 유지율이 약효가 아니라 돈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급여가 되는 2형 당뇨 코호트의 12개월 유지율은 75~80%인 반면, 본인부담이 큰 환경에서는 10% 미만까지 떨어집니다. 100% 비급여인 한국이 어디에 가까울지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균형추 하나. 비만 테마 ETF 두 개는 설정 이래 연 11~14% 로 시장과 별 차이가 없고, 순자산은 각각 5,476만·6,242만 달러에 그칩니다. 테마를 맞히는 것과 돈을 버는 것은 별개였습니다.

체크포인트 3개

  1. 2027년 1월 1일 — 노보의 미국 리스트가 675달러 인하가 실제로 시작됩니다. 물량이 가격 하락을 넘어서는지가 노보 반등의 유일한 조건입니다.
  2. 파운다요 대 경구 위고비의 분기 매출 역전 여부 — 저분자가 이기면 펩타이드 CDMO와 주사 디바이스의 장기 그림이 바뀝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폴리펩타이드 인수가 옳았는지도 여기서 판정됩니다.
  3. 국내 고도비만 급여화 결정과 펩트론 평가계약 만료(10월 7일) — 전자는 한국 시장의 유지율을, 후자는 ‘기대감으로 오른 종목’의 실체를 각각 확정합니다.

3년 전 시장은 “누가 살을 뺄까”를 물었습니다. 그 답은 맞혔는데 수익률은 갈렸습니다. 이번 테마가 남긴 교훈은 단순합니다 — 테마가 맞는다는 것과 그 테마의 아무 종목이나 오른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붕괴한다던 회사는 대부분 멀쩡했고, 무너진 건 그 약이 하는 일을 대신 팔던 회사들이었습니다.

본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데이터 출처

#미래테마#비만치료제#GLP-1#일라이릴리#노보노디스크#한미약품#펩트론#삼성바이오로직스#CDMO#헬스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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